동네 한 바퀴.

베트남에 도착한지 벌써 1개월 하고도 10일 정도 지났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가 베트남에서 실험하고 있는 디지털노마드도 어느 정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점에 서있다. 그러던 중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직 나는 내가 있는 동네에 대해서 자세히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막상 살고 있는 동네보다는 하노이를 더 많이 다녀왔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하고 있던 일들을 잠시 뒤로 미루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 전원일기 아닙니다 >


일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 촌구석이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뒤떨어진 곳은 아니다. 이것보다 더 시골인 곳도 많다고 한다. 북베트남이 개발이 조금 늦어서 이렇게 시골 풍경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내 쪽으로 나가면 또 볼거리도 많고 한국에 있는 롯데시네마도 있다.
베트남이라는 곳이 한국 문화를 많이 좋아해 주고, 한국 사람에 대한 호감도도 좋은 편이라 지내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가끔 있는 정 전 사태(영상 촬영 중에 전기라도 내려간다면 정말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많은 벌레들. (지금 당장이라도 세스코를 부르고 싶다.) 교통 정도가 가장 불편한 세 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들에게는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풍경 >


갑자기, 동네 이야기를 하다가 딴 이야기로 새 버렸다. 시골 동네라 인심도 좋고 잘 대해주신다. 물론,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빛은 덤이다. 하지만 이것마저 나는 즐기고 있다. 왜냐하면 내 인생에 언제 이런 곳에 와서 살겠는가. 아니 언제 이런 환경에서 살아보겠는가 싶다. 나는 서울 출신에 줄곧 도시에서만 살아와서 시골 환경에 대해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에 동물이라고 했던가 있어보니까 있을만하더라.


<마을 한 켠에 있는 사찰>


여기저기 둘러보니, 끝없이 펼쳐져 있는 논밭. 그리고 이렇게 방치되어 있는 건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한국처럼 시골에 빈집이 엄청나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베트남도 하노이/호치민 등 대도시로 이주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방치되고 있는 집들도 많고 이런 사찰 같은 것도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물론, 여기 사람들은 개의치 않겠지만.


< 미니 인공 호수 >


마을 곳곳이 사람들의 삶에 터전이다. 한국에 옛 모습을 보는 것처럼 동네에서 모든 걸 다한다. 농사 낚시 등. 한국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다. 나는 매일 아침 지하철에 몸을 싣고 끝나면 지하철에 또 몸을 싣고 집에 와서 치킨 한 마리 시켜 먹는 게 삶에 낙이었는데. 여기 사람들은 정말 여유가 넘친다. 돈이 없어도 불행한 것 같지 않고, 동네 사람들끼리 파티도 자주 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정말 정감이 넘쳤다.


< 오토바이 판매 1위는 아마 베트남이 아닐까? >


그래서 여기 와서 더 자주 내 삶 그리고 인생에 대한 퀘스천이 더 자주 생기는 것 같다. 돈/생활/여유/인간관계. 분명히 적정선이라는 게 있는데 아직까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얼마만큼이 적정선인지 말이다. 물론, 넷 다 많으면 좋겠지만 내 인생에서 로또를 맞아도 저 네 가지가 균형을 맞추기는 힘들 것 같다.


< 이제는 한결 편해진 풍경 >


한국이었으면 생각지도 않았을 내 삶에 대한 퀘스천을 베트남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에 빗대어 비교해 보았다. 물론, 나는 비교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나의 앞으로 발전에 필요한 비교가 아닐까 싶다. 괜히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